
최배근 교수의 문제 제기로 바라본 ‘반도체 착시’와 내수의 위기, 그리고 2028년 민주당의 선택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살아나고 성장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글로벌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가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국민이 느끼는 경제는 좀처럼 그렇게 좋아지지 않는다.
자영업자는 여전히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소기업은 인건비와 금융비용, 내수 부진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 역시 물가와 주거비, 대출이자 부담에 짓눌려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간단해진다.
수출이 늘고 성장률이 높아졌는데, 왜 국민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건국대학교 최배근 교수는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다.
최 교수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반도체 비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핵심은 반도체가 잘못된 산업이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도체의 성공을 인정하면서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을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착시가 존재한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화려한 성장률 뒤에 가려진 국민의 지갑
경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쉽게 사용하는 숫자는 성장률이다.
GDP가 얼마나 늘었는지, 수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기업의 영업이익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면 경제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최종 목적은 GDP 숫자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소비할 여유를 확보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 경제의 모습은 상당히 복잡하다.
국민총소득이 증가하고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가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면, 성장의 과실이 국민경제 전체로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거시지표와 체감경제의 괴리가 발생한다.
경제 전체의 숫자는 좋아졌는데 국민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기업의 실적은 좋아졌는데 자영업자는 힘들다고 한다.
수출은 증가하는데 내수는 살아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국민들이 경제 상황을 잘못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장의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최배근 교수가 주목하는 ‘반도체 착시’
최배근 교수의 최근 문제 제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현재 한국 경제의 성장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이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성과다.
그러나 특정 산업이 전체 수출과 성장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게 되면 그 산업의 호황을 국가경제 전체의 체력으로 착각할 위험도 커진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은 특히 글로벌 AI 투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그 수혜를 크게 받고 있다.
이것은 분명 기회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가 자체적인 내수 확대와 산업 다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AI 투자라는 외부 수요에 크게 의존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면, 외부 환경이 변하는 순간 그 충격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투자 사이클이 둔화되거나 반도체 가격이 조정받거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경우 한국 경제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금 반도체가 잘될 때 오히려 해야 할 일은 반도체 호황에 취하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호황을 이용해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발광체’와 ‘반사체’ 사이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글로벌 산업의 가치사슬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이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팹리스와 시스템반도체, 장비와 소재,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AI 산업의 가치가 커질수록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를 많이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AI 산업의 성장에 편승해 수혜를 얻는 것과 한국이 AI 산업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주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 교수의 문제 제기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가 외부에서 발생한 거대한 수요를 받아 성장하는 ‘반사체’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새로운 수요와 산업을 만들어내는 ‘발광체’가 될 것인가.
반도체의 수출액만 늘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며, 국내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출이 증가하는데 내수는 왜 살아나지 않는가
한국 경제의 더 심각한 문제는 내수다.
수출은 한국 경제를 성장시킨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
하지만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내수가 자동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투자와 임금, 고용으로 연결되고,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해 소비가 확대될 때 비로소 수출이 내수로 연결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자본집약적 산업에서는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나더라도 고용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AI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업의 성장과 국민의 소득 사이에 새로운 연결장치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대기업이 성장하면 결국 그 효과가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낙수효과’는 왜 약해졌는가
과거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의 성장은 중소기업의 성장과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상당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달라졌다.
첨단산업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자동화와 AI가 확산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고용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이익이 증가해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이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의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낙수효과를 전제로 한 경제정책 역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대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연결해야 한다.
대기업의 연구개발 성과가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AI 기술 도입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수출 증가가 국내 투자와 고용 증가로 연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성장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성장의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계의 구매력이다
내수경제를 살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결국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다.
가계가 소비할 여력이 있어야 소비가 증가한다.
소비가 증가해야 자영업자의 매출이 살아난다.
자영업자의 매출이 늘어야 지역경제가 회복된다.
지역경제가 살아나야 중소기업의 매출과 고용도 개선될 수 있다.
결국 내수경제의 출발점에는 가계가 있다.
그런데 가계의 실질소득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부가 소비 진작 정책을 내놓아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소비쿠폰이나 지원금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구조적인 내수 부진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소득을 만들어내는 경제구조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높아져야 하며, 자영업자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개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거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고정비용을 낮춰야 한다.
소득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살아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내수도 무너진다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반도체 대기업 몇 곳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져도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자영업자의 체력이 약해진다면 국민경제 전체가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은 일자리와 지역경제의 핵심이다.
대기업의 생산성과 수출이 아무리 증가해도 중소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면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좋아지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상권이 비어간다면 지역경제 역시 활력을 잃는다.
이것이 바로 반도체 호황과 내수 부진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한국 경제가 하나의 경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여러 경제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에게는 ‘성장률’보다 일자리가 중요하다
청년에게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의 차이는 추상적인 숫자일 수 있다.
하지만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지, 정규직으로 시작할 수 있는지, 월급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 전세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현실이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그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제한적이라면 청년 전체가 그 성장의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AI 시대의 성장정책은 단순히 “AI 산업을 키우자”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어떤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 노동자가 AI로 대체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재교육할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청년들이 수도권 대기업 취업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에서도 새로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정책과 일자리 정책을 따로 볼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억강부약·대동세상’은 지금의 경제정책에서 구현되고 있는가
여기서 경제 현상에 대한 분석은 정치적 질문으로 넘어간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제시했던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가 ‘억강부약·대동세상’이었다.
강한 자의 힘을 억제하고 약한 자를 돕고, 사회적·경제적 격차를 줄이며, 성장의 과실을 보다 폭넓게 공유하겠다는 방향이었다.
적어도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에게 이 약속은 단순한 선거 구호가 아니었다.
그들이 이재명 정부에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나 경제성장률의 상승만이 아니었다.
부동산과 자산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노동소득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고,
기득권의 불공정한 구조를 바꾸고,
성장의 과실을 보다 넓게 공유하는 것.
이러한 변화가 ‘억강부약·대동세상’이라는 언어 속에 담겨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집권 이후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 투자를 앞세우면서 새로운 정치적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억강부약·대동세상’과 ‘구조적 다수’를 위한 성장은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
핵심 지지층이 기대했던 개혁과 ‘구조적 다수’의 충돌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당이 중도층과 무당층까지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은 당연한 정치적 전략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정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과 정당이 처음 내세웠던 핵심 가치 자체를 희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심 지지층이 기대했던 것은 단순히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개혁을 기대했다.
그런데 만약 정권이 집권 이후 “더 많은 국민을 포괄하기 위해 성장의 외연을 넓히는 것”을 넘어, 핵심 개혁 의제 자체를 뒤로 미루고 기업과 자산시장, 중산층 이상의 이해관계에 지나치게 맞추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핵심 지지층에서는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 정부를 만들어준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구조적 다수’는 중도를 얻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구조적 다수를 추구한다면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도층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이 기존 개혁 의제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정당의 지지기반은 단순한 숫자의 합이 아니다.
핵심 지지층이 정당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어야 선거에서 조직과 참여가 작동한다.
특히 민주당처럼 다양한 계층과 이념이 결합된 정당에서는 핵심 지지층의 결집과 외연 확장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중도층을 얻기 위해 핵심 지지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계속 양보한다면, 외연은 넓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핵심 지지층의 요구만 강조하고 중도층의 현실적인 우려를 외면한다면 역시 선거에서 확장성을 잃게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국민이 그 개혁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구조적 다수여야 한다.
‘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민주당의 내부 논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민주당 내부에서 중요한 논쟁은 성장 자체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논쟁의 핵심은 오히려 “어떤 성장인가”가 될 것이다.
반도체와 AI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확대하는 성장인가.
아니면 중소기업과 노동자, 자영업자, 청년, 지방경제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성장인가.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투자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연결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인가.
중도층과 기업의 신뢰를 얻는 것인가.
동시에 핵심 지지층이 요구했던 구조개혁도 계속 추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향후 민주당의 정치적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억강부약·대동세상’이 먼저라고 본다
이 논쟁에서 나는 분명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성장해야 한다.
반도체도 키워야 하고 AI도 육성해야 한다.
기업도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수출도 더 늘려야 한다.
문제는 그 성장의 목적과 방향이다.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성장은 단순히 더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구조적 다수의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결과가 더 많은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대동의 성장’이어야 한다.
그래야 핵심 지지층이 기대했던 개혁과 중도층이 원하는 안정적인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구조적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개혁적 정체성을 뒤로 미루고 성장과 시장, 기업 중심의 정책으로 급격하게 이동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핵심 지지층에게는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당 내부에는 노선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이 누적되면 결국 정당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자가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2028년 총선은 ‘누가 이기느냐’보다 ‘어떤 민주당인가’를 묻는 선거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28년 총선은 단순한 정권 심판이나 재신임의 선거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하나의 중요한 질문이 던져질 수 있다.
민주당은 ‘억강부약·대동세상’을 실현하는 개혁정당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더 넓은 사회적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성장 중심의 실용정당으로 전환할 것인가.
물론 이 둘을 반드시 양자택일로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무엇을 우선 가치로 놓느냐다.
만약 민주당이 “구조적 다수”를 정치적 목표로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핵심 지지층이 기대했던 개혁을 뒤로 미룬다면, 오히려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중도층을 얻기 위해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약화시키고,
기업과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개혁 의제를 후퇴시키고,
정치적 외연을 넓히려다 내부의 이념적 결속을 잃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중도층을 충분히 얻지도 못하면서 핵심 지지층까지 잃는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나는 이것이 2028년 총선을 바라보면서 민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라고 본다.
민주당의 선택은 ‘성장이냐 분배냐’가 아니다
결국 민주당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성장과 분배 중 하나가 아니다.
어떤 성장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반도체와 AI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소수 기업의 실적 증가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중소기업의 성장과 좋은 일자리, 가계소득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할 것인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노동자의 소득도 높일 수 있는가.
부동산과 자산시장의 상승이 아니라 근로소득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이것이 ‘억강부약·대동세상’을 경제정책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나는 민주당이 이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구조적 다수를 얻기 위해 개혁을 포기하는 정당은 결국 자신의 존재 이유부터 잃게 될 수 있다.
반대로 개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 개혁의 혜택을 더 많은 국민에게 확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이야말로 핵심 지지층을 지키면서 중도층까지 확장하는 진정한 구조적 다수의 길일 수 있다.
2028년의 승패는 지금 결정될 수 있다
2028년 총선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정당의 방향은 선거 직전에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 어떤 정책을 선택하고,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어떤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느냐가 2년 뒤 유권자의 판단을 만든다.
민주당이 지금부터 성장의 과실을 국민경제 전체로 확산시키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반도체와 AI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오히려 개혁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구조적 다수’라는 이름 아래 핵심 개혁을 뒤로 미루고 성장만 강조한다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노선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그 갈등이 단순한 정책 논쟁에 그치지 않고 계파와 지지층의 분열로 이어진다면 2028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정당의 외연은 넓어졌는데 정작 정당을 움직이게 했던 핵심 동력은 약해지는 역설이다.
결국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질문
그래서 지금 민주당에 던지고 싶은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다수는 무엇을 위한 다수인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다수인가.
아니면 더 많은 국민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수인가.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
전자를 선택하면 단기적으로는 외연 확장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핵심 가치가 사라지면 언젠가는 내부에서 “우리가 왜 이 정당을 지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반면 후자를 선택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성장하되 독점하지 않는 것.
기업을 키우되 노동자를 배제하지 않는 것.
수출을 늘리되 내수를 희생하지 않는 것.
중산층을 확대하되 서민을 뒤에 남겨두지 않는 것.
중도층을 포용하되 개혁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억강부약·대동세상’과 ‘구조적 다수’를 연결하는 길이다.
그리고 나는 민주당이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구조적 다수를 위해 개혁을 버리는 순간, 민주당은 다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온 사람들과 먼저 결별하게 될 수 있다.
2028년 총선의 진짜 논쟁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다.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성장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2028년 유권자의 선택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