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종편·통신사 주주 둔 국내 대형 OTT의 카르텔… 보수적 문법에 웹드라마 홀대
디지털 플랫폼 핵심인 ‘롱테일 법칙’ 외면 지적… 10월 천안 AI 대학영상제서 대안 모색

최근 중소 영상 제작사와 지역 크리에이터들의 자립을 위해 추진되었던 독립 OTT 플랫폼 ‘오즈 플러스(OZE PLUS)’의 공모사업 도전이 정부 및 유관 기관 심사 과정에서 끝내 고배를 마셨다. 당시 심사위원단이 내놓은 주된 탈락 사유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거대 플랫폼이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작은 플랫폼이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겠느냐”는 회의론이었다.
그러나 미디어 학계와 현업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이러한 거절의 심사평이야말로 현재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가 앓고 있는 거대한 시야각 결손과 위기 징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하나의 플랫폼 구축이 무산된 지엽적인 문제를 넘어, 왜 우리에게 ‘창작자 친화적인 독립 배급 플랫폼’이 궁극적으로 존재해야만 하는지 그 구조적 필요성과 미디어 시장의 가혹한 현실을 짚어보아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대형 플랫폼 위주의 생태계, 그 끝은 ‘종속’과 ‘하청 기지화’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영상이 뻗어나가는 화려한 외형에 환호한다. 하지만 그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철저한 ‘플랫폼 독점 종속’의 길로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해외 대형 플랫폼 위주로 국내 영상 유통 권력이 완전히 재편되면, 국내 영상 산업은 장기적으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대작 콘텐츠만 주문 생산하는 하청 공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어도 플랫폼이 지식재산권(IP)을 독점 통제하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과실은 극히 제한된다.
더 큰 문제는 로컬 및 다양성 서사의 말살이다. 거대 플랫폼의 자본은 오직 글로벌 대중성에만 초점을 맞춘다. 결국 우리 지역의 이야기, 청년들의 날카로운 실험작, 중소 제작사들의 창의적인 웹드라마는 플랫폼의 ‘알고리즘 매칭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예 노출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체급 경쟁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이유로 독립 영토 구축을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 미디어 식민지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OTT 플랫폼의 닫힌 문, 그리고 ‘대기업 카르텔’의 한계
그렇다면 토종이라 불리는 국내 대형 OTT 플랫폼들은 대안이 되어주고 있을까. 현실은 더욱 냉정하다. 중소 제작사들이 웹드라마나 단편 영화를 들고 문을 두드리면, 그들은 “자사의 플랫폼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다. 특히 웹드라마 포맷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곤 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시선 뒤에는 국내 OTT 시장의 명확한 태생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주요 OTT 플랫폼의 대주주들은 대부분 기존의 지상파·종합편성 방송사와 거대 통신사들이다. 주주 구조가 이렇다 보니 국내 OTT 플랫폼의 라인업은 철저히 자사 주주인 방송사 스타일의 무겁고 거대한 텐트폴(대작) 콘텐츠 위주로만 편향되어 돌아가게 된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보수적인 편성 문법을 그대로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한 구조적 한계다.
글로벌 거대 OTT 플랫폼 vs 독립·롱테일 배급 플랫폼 구조 비교
| 구분 | 글로벌·국내 대형 OTT 플랫폼 | 독립 배급 플랫폼 (오즈 플러스 등 모델) |
| 주요 주주 및 자본 | 글로벌 독점 자본, 국내 지상파·종편·대형 통신사 | 중소 제작사 협의체, 지역 인프라 및 창작자 중심 |
| 콘텐츠 편성 경향 | 수백억 원대 대작(텐트폴), 글로벌 대중성 위주 편향 | 웹드라마, 단편영화, 로컬 서사, 청년 실험작 |
| 비즈니스 핵심 전략 | 소수 대작 올인 (실패 시 리스크 극대화) | 롱테일 법칙 (다품종 소량 생산을 통한 리스크 분산) |
| 창작자 권리 관계 | 플랫폼이 IP 독점, 창작자는 하청 기지화 우려 | 창작자 중심 IP 보유, 유통 수익의 합당한 직접 배분 |
| 사회적 가치 결합 | 글로벌 알고리즘에 따른 관객 고립 | 오프라인 문화공간(인생극장 등) 및 지역 소상공인 상생 |
‘롱테일 법칙’을 모르는 대형 플랫폼들의 치명적인 맹점
국내 대형 OTT 플랫폼들이 웹드라마를 홀대하는 진짜 이유는, ‘낮은 제작비로 다양한 웰메이드 제품을 대량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곧 디지털 플랫폼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초기에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소수의 대작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독립·비주류 콘텐츠를 촘촘하게 엮어낸 ‘롱테일(Long-tail) 법칙’ 덕분이었다.
가성비 높은 웹드라마는 낮은 예산 덕분에 플랫폼의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하는 초효율적 리스크 관리 수단이 된다. 편당 수십,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드라마는 한 편만 실패해도 플랫폼 전체의 재무 건전성이 휘청이지만, 웹드라마는 리스크가 적다. 또한 트렌디한 숏폼과 웹드라마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마니아 시청 층을 세분화하여 유입시키고, 플랫폼에 오랜 시간 머무르게 만드는 유저 락인(Lock-in)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미디어 비즈니스의 본질을 외면한 채 “우리 색깔과 안 맞는다”며 외면하는 국내 OTT들의 행보는 스스로 스펙트럼을 좁히는 자가당착에 가깝다.
결론: 장벽을 허무는 청년들의 도전, 천안서 시작된다
“체급이 다르다”며 공모사업에서 혁신적인 로컬 미디어 플랫폼의 싹을 잘라버린 심사위원들의 안목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반드시 넷플릭스를 이겨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님을 간과하고 있다. 거대 자본의 횡포 속에서 중소 제작사의 웹드라마 생태계를 보호(Primary Goal)하고, 나아가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로컬 미디어 생태계를 실현(Secondary Goal)하는 독자적 틈새 영토는 그 자체로 존재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비록 재정의 한계로 첫걸음이 지체되었을지언정, 창작자 친화적인 독립 배급 플랫폼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세상에 외치고 정책적 과제로 이끌어내야 마땅하다. 이러한 권력 독점에 대항해 우리 고유의 서사와 콘텐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실증 무대로서, 오는 10월 충남 천안에서 청년 창작자들의 거침없는 상상력을 펼칠 기회의 장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