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입국장 메운 팬들 “연봉 반납하고 나가라” 분통… 경찰 기동대 배치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도 했던 귀국 행사 취소… 정몽규 회장도 묵묵부답 탈락

(서울=동네파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팬들의 거센 야유 속에 씁쓸하게 고개를 숙이며 귀국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원정 월드컵 사상 최초로 귀국 행사마저 전면 취소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명보 감독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단은 30일 새벽 3시 52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A 입국장을 통해 귀국했다. 이미 대회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홍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입을 열지 않은 채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새벽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국장에는 50여 명의 축구 팬들이 몰려와 홍 감독과 축구협회를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팬들은 현장에서 북까지 치며 “홍명보 나가라”, “연봉 반납하고 가라” 등 고성의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귀국길에서 벌어졌던 ‘엿 투척’ 같은 물리적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현장의 냉랭한 기류는 그때보다 더 무거웠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경찰단과 기동대 등 100여 명의 경찰 인력이 배치되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기도 했다.
특히 이번 귀국길에서는 대한축구협회의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축구협회는 사전에 예고한 대로 이날 공항에서 별도의 귀국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선수단을 곧바로 해산시켰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원정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공항 행사 없이 귀국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무 2패로 처참하게 무너졌던 2014년 브라질 대회 당시에도 최소한의 귀국 행사는 진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 패싱’은 팬들의 비난 여론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두려워 도망친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번 대회를 끝으로 물러날 예정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이날 오전 취재진을 피해 묵묵부답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체코에 승리했으나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하며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그쳤다.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각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행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노렸으나, 결국 다른 조 경쟁국들에 밀려 최종 탈락했다.
2024년 7월 불투명한 ‘날치기 선임’ 논란 속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 감독은, 역대 최고라 불린 황금 세대 전력을 보유하고도 12년 전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한 채 감독직 사퇴와 함께 한국 축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