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호남권 클러스터 입지 확정… 탄약고·안전구역 63만 평 ‘팹 1·2기 선착공’ 유력
우리동네당 “속도전 앞세운 ‘선양여’ 입법 덫 경계… 군사규제 해제 전 주민 안전·인프라 검증이 먼저”

(서울=동네파티)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최대 격전지로 꼽히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마침내 공개되었다. 청와대는 대기업 총수들이 가장 적합한 부지로 꼽은 광주 군 공항 일대를 최종 입지로 확정하고, 총 250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국유지를 최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체적인 개발 방식을 공식화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주재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민관 합동 점검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군공항 부지를 낙점한 배경에는 공항 특성상 이미 대규모 평탄화 작업이 완료되어 일반 산업단지보다 부지 조성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실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 아울러 도심 및 KTX 역과 인접해 반도체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쉽고 도로·공항·항만을 연계한 물류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사유지가 아닌 국유지라는 점에서 토지 수용에 따른 행정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잣대로 작용했다.
탄약고 부지 활용해 팹 1·2기 선착공… 군공항 이전 맞춰 단계적 확장
이번에 확보되는 군공항 종전 부지는 광주 광산구 신촌동 일원의 군 소유 땅으로, 공군 1전투비행단 활주로를 포함한 공항 부지 185만 평과 탄약고 이전 부지 24만 평, 안전구역 39만 평 등 총 248만 평 규모다. 반도체 공장(팹) 1기당 필요한 부지가 대략 22만에서 45만 평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전체 부지에는 삼성과 SK가 공언한 총 4기의 최첨단 메모리 팹이 들어서게 된다.
관건은 현재 군사시설이 가동 중인 활주로 부지를 어떻게 변환하느냐는 속도의 문제다. 이에 정부는 군공항 이전 일정과 맞물려 단계적으로 부지를 확장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공항 활주로와 달리 상대적으로 우선 활용이 가능한 탄약고 이전 부지와 안전구역 등 63만 평을 먼저 청소하여 최소 1기에서 최대 2기의 팹을 선착공하고, 이후 군공항 이전 진도에 맞춰 나머지 부지를 채워나가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민간공항의 경우 KTX 2단계 개통 시기에 맞춰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는 논의가 조율 중이어서 유연하지만, 대체 공항과 작전 기능 재배치가 얽힌 군공항 이전 로드맵을 어떻게 재설계하느냐가 전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광주 군공항 반도체 산단 부지 구성 및 단계별 개발 안
| 개발 단계 구분 | 대상 부지 및 면적 PDF | 세부 활용 방안 및 선행 과제 PDF |
| 1단계 (초기 선착공) | 탄약고 부지(24만 평) + 안전구역(39만 평) [총 63만 평] | 최소 1기~최대 2기 반도체 팹 우선 배치 및 착공 유력, 군사시설 기능 재배치 조율 필요 |
| 2단계 (단계적 확장) | 현재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 등 공항 부지 [총 185만 평] | 군공항 이전 로드맵과 연계한 확장, 팹 4기 전체 완성 및 연관 협력 산업단지 조성 |
‘선양여’ 초법적 특혜 입법 우려… 주민 안전과 자생적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장밋빛 조감도 뒤편에는 넘어야 할 거대한 법적·행정적 독소조항들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팹 착공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기 위해 기존의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손보겠다고 공언했다. 신공항을 먼저 지어 국방부에 기부한 뒤 종전 부지를 넘겨받는 현행법을 개편해, 신공항 완공 전이라도 대기업에 땅을 먼저 넘겨주는 이른바 ‘선양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를 위해 국유재산법과 관련 훈령·지침의 대대적인 정비가 예고된 상태다.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기 이전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매달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청와대 전담기구를 통해 부처 간 이견을 초고속으로 쳐내겠다는 방식은 자칫 졸속 행정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비행안전구역 조정, 탄약고 이전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안전 대책과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환경 영향 평가가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지역 중심의 민심 감시 플랫폼 우리동네당은 정부가 공언한 ‘원스톱 행정절차’가 지역 토착민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관치 독주가 되어서는 안 되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광주·전남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유틸리티 공급망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상생의 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250만 평의 거대한 군공항 부지가 단순히 독점 대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대납해 주는 기지로 전락해서는 균형 발전의 미래가 없다”라며 “공항 부지 개발의 성과가 하청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로컬 소상공인들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공유로 이어지는지 주민들과 함께 두 눈 부릅뜨고 매달 점검회의의 진도를 감시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