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데이터 분석 결과 태국서 K-팝 재생 비중 16%p 급감
필리핀 ‘BINI’ 등 현지 아티스트 돌풍 속 영어·미국 중심 구조 해체

(서울=동네파티)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해왔던 K-팝의 인기가 전례 없는 ‘로컬화(지역화)’ 파도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K-팝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반면 각국의 자국 음악 비중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데이터 분석가 ‘쓰레즈레 연구실’의 조사를 인용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5개국의 음악 소비 트렌드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변화는 인도네시아 영자지 자카르타 포스트 등 현지 미디어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며 글로벌 음악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분석에 따르면 각국의 스포티파이 데일리 차트 상위 50곡 중 K-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평균과 2025년 평균을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태국의 경우 K-팝 재생 비중이 27%에서 11%로 무려 16%포인트 급감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18%에서 13%로 줄어들었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와 유사한 후퇴 경향이 관측되었다.
반면 현지 로컬 음악의 성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필리핀은 자국 음악 비중이 44%에서 63%로 2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으며, 태국은 65%에서 78%로 치솟았다. 원래 자국 음악 소비가 강했던 인도네시아 역시 60%에서 78%로 시장 지배력을 넓혔다.
전문가들은 K-팝의 이 같은 상대적 약세를 두고 글로벌 메가 히트작의 공백과 구미 시장 편중 전략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방탄소년단의 군 복무와 뉴진스 등 대형 아티스트들의 활동 중단 시기가 맞물리면서 K-팝의 절대적인 재생 수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 공백기를 틈타 현지에서 세련된 음악을 무기로 한 로컬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하며 소비자의 선택지가 대폭 넓어졌다.
여기에 K-팝 기획사들이 미국과 유럽 진출에만 역량을 집중하면서 동남아시아를 주류 시장 진출을 위한 하부 지지 기반으로만 소비하는 게 아니냐는 현지 팬들의 소외감과 반발 심리도 로컬 회귀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 기획사 중심의 공급형 문화에 지친 팬들이 자국 아티스트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음악의 로컬화는 비단 K-팝뿐만 아니라 영미권 팝 음악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추세다. 실제로 필리핀의 국민 걸그룹으로 떠오른 ‘BINI(비니)’는 스포티파이 필리핀 데일리 톱 아티스트 차트에서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에서도 BINI 관련 콘텐츠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P-팝(필리핀 팝)의 위상을 증명하기도 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보급 역시 이 같은 분산화를 가속하고 있다. 음반 구매 한 번으로 집계되던 과거 CD 시대와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는 고정 팬덤의 반복 재생이 차트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로 인해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 공통 히트곡의 탄생은 어려워진 반면, 각 문화권의 끈끈한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로컬 음악은 가시화되기 훨씬 유리해진 구조다.
데이터 분석가는 영어 음악의 절대적 우위성이 명백히 저물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서양음악 시장이 축소되는 등 세계 음악 트렌드의 분산화가 급격히 진행 중이라고 짚었다. 다만 각 지역의 음악이 굳게 닫힌 채 고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분산화의 시대일수록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음악이 국경을 넘어 서로 섞이고 교류하는 기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