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출전정지’ 중징계… 대학·프로 진학 차질 우려 속 찬반 격돌
“고교 야구 문화 바로잡을 기회” 체육계 중론 속 “징계 만능주의가 본질적 대안 가릴 수도” 학계 제언
우리동네당·정치권 “혐오 방치한 어른들 책임… ‘시민역사교육 TF’ 및 스포츠 영역 내 명확한 규율 마련 시급”

(서울=동네파티) 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경기 도중 상대를 향해 부적절한 혐오성 조롱 구호를 외쳐 중징계를 받은 사건을 둘러싸고, 체육계와 교육계 안팎에서 단순한 처벌을 넘어선 근본적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단호한 조치를 내린 가운데,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의 일상화된 혐오 정서가 공적 스포츠 공간까지 잠식한 경종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 조롱 구호’가 불러온 파문… 징계 수위 두고 팽팽한 대립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경기에서 발생했다. 배재고등학교 일부 선수들이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겨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친 것이다. 이는 최근 사회적 공분을 샀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 데이’ 이벤트를 연상시키는 명백한 조롱성 발언으로 해석되며 거센 비판을 지폈다.
이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배재고 야구부에 대해 ‘6개월 전국대회 출전정지’라는 전격적인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배재고는 진행 중인 청룡기 잔여 경기는 물론 오는 8월 예정된 봉황대기 대회 출전도 가로막히게 됐다. 체육특기자 전형의 자격 기준인 대회 출전 기록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선수들의 대학 진학과 프로 지명 기피 우려 등 진로 타격에 대한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협회는 향후 추가 조사를 거쳐 선수 개인에 대한 징계도 밟아갈 방침이다.
“야구 문화 바로잡을 기회” vs “센 징계가 본질적 대안 가리는 블랙홀 될 수도”
스포츠 현장에서는 이번 중징계가 무너진 스포츠맨십을 바로 세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이런 일을 용인했을 때 미래는 더 암담해질 것”이라며 “상대를 조롱·비하하는 응원 문화가 만연해서는 안 되며, 고교 야구 문화 전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징계의 정당성을 짚었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 역시 “일상적으로 하는 증오의 놀이가 운동장에 전이됐다”라며 선수들이 학교를 대표하는 만큼 예의를 갖추도록 돕는 특별한 교육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즉각적인 엄벌주의가 오히려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규범 수립을 방해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학계와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징계는 하루 만에도 낼 수 있는 손쉬운 일이지만 규범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라며 “센 징계가 나올수록 ‘이만하면 됐다’며 정작 필요한 대안 마련에는 소홀해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징계 수위의 적절성만을 두고 감정적으로 다투기보다는 교육청과 체육 협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스포츠 영역 내에서 혐오 표현이 왜 문제인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부 규율을 정립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우리동네당 “방관한 어른들 책임 직시하고, 실질적인 차별·혐오 제재 기준 확립해야”
정치권과 교육 단체들 역시 이번 사태의 화살을 청소년 선수 개인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 이를 방치하고 조장한 어른들의 구조적 책임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사노동조합연맹 등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승리를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는 문화, 이를 제지하지 않은 지도자와 제재하지 않은 심판 등 방관하는 어른들 속에서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배운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 차원의 ‘범정부 시민역사교육 TF’ 구축과 함께 교육 현장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교사의 실질적인 생활지도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지역 중심의 민심 감시 플랫폼 ‘우리동네당’ 대변인실은 “과거에도 경기장 내에서 사회적 비하와 정치적 깎아내리기를 담은 부적절한 언사가 반복되어 왔음에도 체육 당국이 예방 조치에 태만했던 결과가 오늘의 파국을 낳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단순히 배재고에 장기 출전정지를 내리는 1회성 처벌에 그친다면 혐오의 불씨는 언제든 다른 경기장에서 재발할 것”이라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연맹은 공적 공간인 운동장 내 차별·혐오 행위에 대한 명확하고 즉각적인 퇴장 및 감점 등 실질적인 현장 제재 기준을 명문화하고, 청소년 선수들이 올바른 역사의식과 존중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적 인프라를 전면 재구축해야 한다”고 엄중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