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망각’ 근조화환 vs ‘기죽지 마’ 응원화환 충돌… 강동구청, 안전 이유로 전면 철거
“혐오·정치 응원 방치한 심판진 징계 및 스포츠 총체적 룰 점검 시급”

(서울=동네파티) ‘스타벅스 응원가’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해 6개월 전국대회 출전정지 중징계를 받은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둘러싸고, 학교 앞이 이념 대립의 장으로 변질됐다. 비판과 옹호의 화환 수십 개가 난립하다 지자체에 의해 강제 철거된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 같은 맹목적인 비호가 학생들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스포츠 경기 내 혐오 표현을 근절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재고 앞 뒤덮은 70여 개 화환… 사태 이틀 만에 전격 철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중징계 결정 전후로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은 거대한 ‘화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달 30일 ‘민주운동 모욕하는 국민에게 민주주의 과분하다’는 근조 화환이 처음 설치된 이후, ‘역사를 망각한 배재고’, ‘승리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존중’ 등 학생들의 삐뚤어진 역사 인식을 규탄하는 근조 화환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일부 화환에는 ‘배재고 일베 선수 프로지명 금지’, ‘폐교’ 등의 과격한 문구까지 등장했다.
반면 징계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을 기점으로 보수 성향 단체와 지지자들의 응원 화환도 대거 몰려들었다. 이들은 ‘익명성으로 가려진 폭력에 마음 다치지 않기를’,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후예들아, 당당하게 나아가라’, ‘얘들아 기죽지 마’ 등의 문구로 징계 처분을 받은 야구부 선수들을 두둔했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변호했던 이하상 변호사는 ‘배재학당 자유정신 지지한다’는 화환을 보내는 한편,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재기발랄한 고교생들이 스타벅스 소동을 풍자한 것을 두고 잡아먹을 듯 덤빈다”며 이번 징계 정국을 “북한의 주체식 야구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장면”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양측의 화환이 70개 가까이 난립하며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자, 강동구청은 지난 2일 오후 도로법 제74조에 따라 배재고 앞 인도에 적치된 화환을 전부 철거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화환이 쓰러지는 등 통행 위험이 있어 조처를 취했으며, 추후 재설치 시 즉시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맹목적 비호는 독(毒)”… 야구부에 등 청소년 선수들에 대한 역사 교육 제기
상황이 이념 전쟁으로 치닫자, 체육계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른들의 정치적 옹호가 오히려 청소년 선수들의 망쳐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야구부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내부 기류까지 전해지며 공분을 더하는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기사 댓글을 통해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너희는 정상’이라며 옹호하는 어른들의 태도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릇된 역사관을 고착화하는 독 약과 같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맹목적인 기 살리기가 아니라, 타인의 비극을 조롱하지 않도록 하는 제대로 된 역사 교육과 인성 교육”이라고 꼬집었다.
스포츠 경기 내 ‘혐오·정치 구호’ 금지 룰 점검 및 심판진 책임론 대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마추어 및 프로 스포츠 경기 전반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지역 비하, 혐오 발언, 정치적 성격의 응원에 대한 명확한 금지 규정과 즉각적인 제재 매뉴얼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시민·지역 중심의 민심 감시 플랫폼 ‘우리동네당’은 “그동안 사법·체육 당국이 사후 징계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신성해야 할 스포츠 경기장 안에서 혐오 발언과 정치적 조롱이 울려 퍼지는 상황을 예방할 시스템 구축에는 태만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청룡기 대회 당시 배재고 야구부의 혐오 응원을 현장에서 인지하고도 제지하지 않거나 방치한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모든 스포츠 종목의 경기 규칙을 전면 점검해 혐오 발언이나 정치적 응원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즉각적인 퇴장 및 실격 규정을 명문화해야 논란의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