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산지소’ 방침 역행하는 수도권 전력 식민주의 비판 고조
원전 15기 분량 전력 대책 졸속 점철, 하승수 대표 “용인 산단 승인 직권취소해야”
삼성의 호남 원전 요구 ‘수도권 이기주의’ 비판… 10개 팹 중 9개 착공 전, 입지 대전환 기회

(서울=동네파티) 망국적인 수도권 초집중과 지역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치명적인 전력 및 용수 공급 한계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국민보고회를 통해 “용인과 호남 클러스터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공언하며 삼성전자 및 SK그룹으로부터 동시 건설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전기 먹는 하마’인 용인 산단의 입지 타당성 자체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행정·학계 및 시민사회에서 거세게 터져 나오고 있다.
원전 15기 분량 전기 어디서 오나… 비수도권 쥐어짜는 ‘에너지 식민주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대에 2050년까지 필요한 전력은 국가산단 10기가와트(GW), SK하이닉스 일반산단 5GW를 합쳐 무려 총 15GW에 달하며, 이는 원자력 발전소 15기 분량의 초대형 규모다. 그러나 애당초 전력과 용수 인프라의 용이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채 용인을 입지로 선정한 탓에, 정부의 전력 공급 계획은 비수도권 지역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게 되었다.
정부가 급조한 대책에 따르면 서·남해안의 재생에너지와 동해안 원전에서 원전 7기 분량의 전력을 초고압 송전망으로 끌어오고, 용인 현지에 LNG 발전소 6개를 지어 원전 3기 분량을 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전국에 66개의 초고압(345kV) 송전선로(총길이 2,785km)와 62개의 변전소를 신설해야 하는데, 이는 한국전력이 주민 반발 속에 강행했던 ‘경남 밀양 송전탑’ 사태의 66배에 달하는 대재앙을 비수도권 전역에 복제하는 것과 다름없다.
용인 산단 입지 타당성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특정 지역과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데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고 피해는 지역 주민이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농어촌 지역을 수도권의 ‘전력 식민지’로 만드는 반민주적 절차라며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인허가 속도전과 법률 위반… “행정기본법 따라 직권취소해야”
수십조 원의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용인 산단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 등 졸속과 특혜로 점철되었다. 국가적 혼란기였던 2024년 12월 31일 국토교통부가 산단 계획을 기습 승인하면서 통상 4년이 걸리는 절차를 불과 1년 9개월 만에 해치웠으나, 이는 ‘산업입지의 개발에 관한 통합지침’ 상 기반 시설 확보의 용이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명백한 입지 선정 조항을 위반한 행위다.
산단 사업시행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고 삼성은 아직 법률적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와 토지공사 간의 계약 관계만 정리하면 사법적·행정적 직권취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분석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호남 팹 추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겠다며 신규 원전 건설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안팎의 비판이 무성하다. 그동안 원전이 전무한 경기도 수도권에만 반도체 공장을 지어왔던 삼성이 왜 지방 분산형 팹에만 원전 건설을 요구하느냐는 지적과 함께, 그런 논리라면 용인 산단을 위해 수도권 한강 변에 신규 원전부터 지어야 공평한 것 아니냐는 ‘수도권 이기주의’ 프레임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10개 팹 중 9개는 시작도 안 했다… ‘지산지소’ 실천할 마지막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지금이 무리하게 추진된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를 전면 재검토할 수 있는 마지막 최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용인의 삼성 산단은 현재 겨우 토지 수용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전체 계획된 10개의 팹 중 SK하이닉스의 단 1개를 제외한 나머지 9개의 팹은 아직 건물 공사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가장 정답에 가까운 대안은 전력 소비처가 전력 생산지 근처로 직접 이동하는 ‘전력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과 분산형 전력망의 실현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과거 타운홀 미팅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선으로 외지에 쭉쭉 뽑아내는 방식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며, 해당 지역에 대규모 수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러 차례 지산지소의 당위성을 언급한 바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또한 송전 비용을 전력 요금에 반영하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예고하며 분산형 입지를 유도하고 있다.
시민·지역 중심의 민심 감시 플랫폼 ‘우리동네당’ 은 “정부가 가장 덩치가 큰 용인 국가산단의 입지 실패를 그대로 묵인한 채, 나머지 중소기업들에게만 지산지소와 차등요금제를 강제하는 것은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또 다른 법 쿠데타이자 기만”이라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우리동네당은 “지방 분산과 환경 정의라는 시대적 대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아직 첫 삽도 제대로 뜨지 않은 용인 9개 팹의 입지를 전력과 용수 공급이 풍부한 비수도권 지역으로 과감히 분산 재배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