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데이터센터에 25GW 수요 폭증… 전원 구성·송전선로 계획은 ‘깜깜이 빈칸’
용인 15GW 중 3GW 공급 대책 전무, 지방 전력 수도권 이송에 지역 주민 반발 격화 우려
우리동네당 “지방 희생 강요하는 전력 약탈 행위… 수도권 집중 멈추고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하라”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반도체 클러스터 및 데이터센터 유치로 인해 최신 대형 원전 18기 분량에 달하는 거대한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전원 구성과 송전망 대책은 전무해 심각한 전력 대란과 지역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반도체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됨에 따라,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초고압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수도권으로 끌어쓰는 과정에서 극심한 지역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형적인 전력 수요 폭증과 ‘빈칸’으로 남은 송전망 계획
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서남권 반도체 단지와 전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추가 전력 수요를 종합하면 약 25기가와트(GW) 규모에 달한다. 이는 최신 대형 원전(1.4GW 기준) 18기를 동시에 가동해야 하는 막대한 양이다. 세부적으로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6.3GW, 2035년까지 구축될 AI 데이터센터에 18.4GW의 신규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말 수립 예정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의 당초 수요 전망치(추가 수요 2.2GW 반영)를 10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정작 전력수급의 핵심인 구체적인 전원 구성이나 장거리 송전망 건설 계획은 ‘빈칸’으로 남겨두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호남의 ‘계통 보강’ vs 수도권 용인의 ‘전력 절벽’… 송전망이 부를 지역 갈등
전력 수급 과제는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리며 지역 갈등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새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경우 대규모 태양광·풍력단지와 한빛원전 덕분에 발전설비용량(16.94GW)이 연간 소비량(42.9TWh)을 크게 웃돌아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이 지역은 발전된 전력을 반도체 단지와 연결할 접속선로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계통 보강 시스템 구축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반면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경기도 용인은 심각한 전력 절벽에 직면해 있다. 경기도는 국내 전력의 4분의 1을 소비하면서도 전력자급률은 59%에 불과한 실정이다. 용인 반도체 단지에만 총 15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정부는 이 중 3GW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공급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호남 등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초고압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이 강행될 수밖에 없어, 송전탑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와 전력망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기후위기 역행 요구와 우리동네당의 비판
아울러 대기업들의 요구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폭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0일 광주 행사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과 가스발전이 추진돼야 한다”고 언급함에 따라 향후 12차 전기본에서 화석연료와 핵발전 비중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녹색전환연구소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 계획대로 2029년까지 AI 데이터센터가 대거 확충될 경우, 2035년 온실가스 추가 배출량이 우리나라 연간 배출량의 12%에 달하는 8500만 톤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가 지속 가능한 대책 없이 산업 유치에만 급급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민·지역 중심의 민심 감시 플랫폼 ‘우리동네당’ 대변인실은 소식지 <동네파티>를 통해 논평을 내고 정부의 무책임한 전력 계획을 규탄했다. 우리동네당은 “고부가가치 반도체 산업과 대기업 투자는 수도권에 싹쓸이해 주면서, 그로 인한 전력 부족과 고압 송전탑의 환경적 고통은 고스란히 지방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지방을 수도권의 식민지로 취급하는 ‘전력 약탈’이자 심각한 지역 갈등 유발 행태”라고 질타했다. 이어 “용인 반도체 단지의 전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추가 송전망 건설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수도권 집중을 즉각 중단하고, 전력 자급 여건이 우수한 호남 등 지역 중심으로 산업을 분산 배치하는 실질적인 분산형 에너지 체계와 균형발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