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 ‘투톱’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급락… 코스피 하루 새 7.89% 폭락한 7,648선 마감
뉴욕증시 반도체주 이틀째 매도 폭탄 속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 고용 둔화에 ‘숨고르기 순환매’ 양상
(서울=동네파티) 김동네 기자 =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의 인프라 개방 선언이 인공지능(AI) 시장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공포를 촉발하며 대한민국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국내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 대장주들이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8,000선이 보름 만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메타의 컴퓨팅 자원 대여 선언이 도화선… “AI 투자 이미 과잉 상태”
이번 글로벌 반도체 쇼크의 발단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메타(구 페이스북)의 사업 계획 발표였다. 메타가 자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확보했던 잉여 컴퓨팅 자원을 외부 고객에게 대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시장은 이를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이미 과잉 상태에 도달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반도체 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피크아웃’ 신호탄으로 해석된 것이다.
이 여파로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마이크론(-10.57%), 샌디스크(-10.62%), AMD(-6.89%), 인텔(-9.03%)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역시 하루 만에 6.27% 급락했다.
삼성전자 ‘30만 전자’ 붕괴… SK하이닉스 14.57% 폭락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날
미국발 반도체 쇼크는 이튿날인 2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고스란히 직격탄을 날렸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655.32포인트(7.89%) 주저앉은 7,648.09에 장을 마감하며, 15거래일 만에 8,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국내 증시의 대들보인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9.06% 급락한 28만 6,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0만 전자’ 선이 깨졌다. 이는 지난달 19일 기록했던 전고점(37만 4,500원)과 비교해 불과 보름 만에 23.6%가 밀려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충격은 더 컸다. SK하이닉스는 전장보다 14.57% 밀린 218만 7,000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20일(-14.91%) 이후 약 17년 만의 최대 하락률이다. 지난 6월 25일에 기록한 전고점(298만 7,000원) 대비 낙폭은 26.8%에 달한다. 특히 최근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던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이날 하루에만 30% 넘게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뉴욕증시 ‘AI 트레이드’ 재평가 속 기술주 하락 vs 고용 부진에 다우지수는 최고치 ‘혼조’
한편, 2일(현지시간) 이어진 뉴욕증시에서는 AI 관련 반도체 업종의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틀째 지속되는 가운데 업종 간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흐름이 뚜렷해지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주요 지수별 종가 동향은 다음과 같다.
| 지수명 | 종가 | 전장 대비 변동 | 시장 특징 |
|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 5만 2,900.07 | +594.83포인트 (+1.14%) | 사상 최고치 경신 |
| S&P 500 지수 | 7,483.24 | +0.01포인트 (+0.00%) | 보합 마감 |
| 나스닥 종합지수 | 2만 5,832.67 | -207.36포인트 (-0.80%) | 반도체주 중심 차익실현 매물 출회 |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5만 7,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5월보다도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전통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를 밀어 올렸다.
반면 반도체 업종은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상장 30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도 5.4% 하락하며 이틀간 낙폭이 11%를 웃돌았다.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전날 폭락에 이어 이날도 5.49% 추가 하락했고, 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1.39%)를 비롯해 브로드컴(-2.41%), AMD(-4.26%), 인텔(-5.25%), 마벨 테크놀로지(-9.84%) 등 주요 기술주들이 일제히 깊은 조정을 받았다.
기술주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제약과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 성격의 섹터로 유입됐다. 일라이릴리(1.86%), 존슨앤드존슨(3.57%), 애브비(3.99%), 머크(3.34%) 등 제약주가 강세를 보였고, 월마트(2.78%), 코스트코(2.92%), 코카콜라(3.51%), 프록터앤드갬블(2.70%) 등 필수소비재 종목들이 지수 상방을 지지했다.
사비웰스의 안슐 샤르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잠재적으로는 최근 몇 달간 뜨거웠던 업종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는 순환매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AI 트레이드’에 대한 재평가 성격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고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