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3만 8천 명 육박하는데 잇단 여진·폭우 겹쳐… 쇼핑몰 지하 40대 경비원 기적적 구조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정부 대처 지연은 가짜뉴스” 정면 반박… 주민들은 중장비 지연에 격분

(워싱턴=동네파티)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초대형 강진이 발생한 지 열흘째에 접어들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명 피해와 열악한 구조 환경으로 인해 현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은 이미 훌쩍 지났지만 현장 구조대원들은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 잔해 속에서 필사의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645명이며 부상자는 1만 2,000여 명에 달한다. 수많은 건축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이재민만 1만 5,000명에 육박하는 상태다. 더욱 심각한 점은 민간에서 집계한 실종자 등록 건수가 무려 3만 8,000명을 넘어서고 있어, 향후 수색이 진행됨에 따라 최종 사망자 숫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국에서 파견된 구조대원들은 피해가 가장 극심한 북부 라과이라 주를 중심으로 붕괴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으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진과 설상가상으로 쏟아지는 폭우 탓에 지반이 추가로 무너져 내리는 등 구조대원들 자체의 생명마저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기적과 가족들의 간절한 희망
생존 확률이 극도로 희박해지는 절망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현장에서는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전해져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 지진 발생 열흘째를 맞이하기 직전, 완전히 주저앉은 대형 쇼핑몰 지하 잔해 속에 갇혀 있던 40대 경비원이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며 현장 수색팀의 사기를 북돋웠다.
현재 구조대는 콘크리트 더미 속에 홀로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9세 소년을 구출하기 위해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실종된 아이의 아버지는 이번 지진으로 가족을 잃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모든 이들을 향해 절대 믿음을 잃지 말고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구조 가능성 저하로 일부 해외 구조팀이 철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수색 및 구조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초기 48시간 먹통” 주민 격분 속… 정부는 “정치 세력의 언론 선전” 가짜뉴스 공방
정작 구조 현장 밖에서는 정부의 부실한 재난 대응을 둘러싸고 거센 정치적 공방과 민심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재난 대응의 총지휘를 맡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강진 발생 후 무려 8일이 지난 현지 시간 2일에야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지진 즉시 국가 비상대응 체계가 완벽히 가동되었고 현장 구조대 역시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 투입되었다며 정부 비판 여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심지어 정부의 대처가 느렸다는 지적을 두고 특정 정파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 선전 조직들의 비열한 가짜뉴스라며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현장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실제 피해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인명 구조의 핵심이었던 초기 48시간 동안 현장에 구조대원과 무너진 콘크리트를 치울 중장비가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며 사태를 키운 정부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정작 구조 현장에서는 굴착기를 돌릴 휘발유가 부족해 잔해 제거 작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는 황당한 행정 마비 실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다행히 강진 충격으로 인한 정전 때문에 멈춰 섰던 베네수엘라 최대 규모의 ‘아무아이’ 정유공장이 최근 간신히 가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질적인 연료 부족 문제가 해결되어 지연되던 수색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